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블로그와는 독립적인 문단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.

책의 문단 형식이란

책은 기본적으로 문단을 들여쓰기로 구분합니다.

저는 이 문단이라는 것의 정의를 그저 글을 쪼개놓은 단위, 문장의 한 단계 상위 단위로만 인식했습니다.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알아챈 것인데, 종이책에서 이 문단이라는 것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

그 첫번째는 들여쓰기로 구분되는 문단입니다. 문장을 이렇게 이어쓰면 문장이 연결되고, 이것을 줄바꿈과 들여쓰기로 구분하는 것입니다.

그 두번째는 공백입니다. 이 글에서는 책이 마치 들여쓰기로만 문단을 구분하는 것처럼 기술했지만 여기에도 공백은 존재했습니다. 그러니 이 단계는 들여쓰기로 구분되는 문단들의 뭉치를 또 한번 구분해주는, 문장의 두 단계 상위 구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.


물론 책에서는 이렇게 짧게 끊어가지 않습니다. 들여쓰기로 구분되는 문장 나열의 길이감은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서 공백으로 구분하는 문장 나열과 같습니다. 그렇기 때문에 들여쓰기가 연달아 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. 글 사이 공백은 몇 페이지를 넘어가야 등장합니다.

책 페이지의 너비는 인터넷에서보다 훨씬 좁기 때문에 이 특징이 더욱 두드러집니다. 더불어 문장 하나가 몇 줄을 넘어가기도 합니다.

인터넷에서는

네. 압니다. 인터넷. 특히 너비 제한을 이렇게 넓게 잡은 블로그의 경우에는 이 형식이 어울리지 않습니다. 굳이 따지자면 모바일에서는 좀 나을지도 모르겠네요.

글 쓰는 데 피로도도 증가합니다. 줄바꿈을 할 때마다 CSS로 들여쓰기를 주기 위해서는 줄 하나하나를 <p> 태그로 감싸야 합니다. &nbsp;로 줄 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피로도가 엄청날 겁니다. 특히 우리 비영어권 사람들한테는 더더욱이요.


그럼 도대체 왜 인쇄물의 전유물을 인터넷으로 끌고 오느냐? 물으신다면 한 가지 대답밖에는 없습니다.

감성.

종이책을 좋아하고 즐겨왔던 저로써는 이 인쇄 활자 특유의 감성을 마음 한 켠에서 항상 좇고 있습니다. 글을 쓰는 방법도, 그에 따른 선호 형식도 전부 종이책에서 유래한 것입니다.

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맞춤형 문단 형식이 성에 찰 수가 없습니다. 독서를 책으로 배웠고, 아직도 인터넷의 폰트보다 종이의 활자를 더 많이 읽습니다. 제 집은 여지없이 책입니다.


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들여쓰기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기 위해 쓰이는 것이기도 합니다.

글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, 정말 끔찍하게도 못생겼네요. 인터넷에서 왜 이 형식이 쓰이지 않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.

거기다 끔찍한 피로도까지. 이건 지옥입니다.

결론

사실 이 글은 임상실험이었습니다.

제 블로그에 적용해보기 전에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.


이 형식은 차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.

낭만은 가득하지만,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. 또, 잦은 들여쓰기가 이렇게까지 못생길 줄도 몰랐습니다.


이번을 계기로 블로그에 들여쓰기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한동안 없을 것 같습니다. 혹시라도 다시 이런 마구니가 낀다면 그때마다 이 글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야겠습니다.